역사속의 부적이야기

 부적은 주문 또는 그 부적 자체에 주술적인 위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부적으로 귀신을 대하면 귀신은 그 위력에 공포를 느끼고 퇴치된다고 믿고 있다

  한국에서는 이 같은 부적신앙이 옛부터 있었다. 즉, 신라시대에는 이를 사용하는 풍습이 매우 성행했다, [삼국유사] 등을 보면 여러 곳에서 부적신앙을 찾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진지 대왕의 혼에 의해 태어난 자주 귀신들을 불러 일을 시켰던 비형랑을 찬미하여 노래한 < 성제의 혼이 아들을 낳았으니 바로 비형랑의 집이었네, 날고 뛰는 귀신의 무리, 여기에는 머무르지 말라!> 라는 가사를 문에 붙여 귀신을 물리치는 부적으로 사용했다. 그리고 용의 아들 처용이 그의 아내를 범한 역신을 가무로 뉘우치게 함으로써 그 역신이 처용의 형체가 있는곳이면 들어가지 않겠다고 했던 것이다. 또 밀본 법사가 신이로운 주문을 외워 육환을 날려 늙은 여우와 법탕을 찔러 죽임으로써 왕의 병을 낫게 했다. 그뿐 아니라 혜통이 붉은 먹을 묻힌 붓으로 사기병에 한 획을 그으면 포졸들의 목에 붉은 선이 그어지는 것을 보고 그 사기병의 목을 자르면 포졸들의 머리도 잘라질 것으로 알고 두려워한 많은 포졸이 달아났다는 것 등은 모두 부적신앙과 관련이 있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아닐수 없다.

 이러한 부적은 처음에는 이를 사용할 때 기도도 같이 했다. 그러나 부적 자체가 위력을 가지고 있다고 믿기 시작하면서부터 기도와 관계없이 독립적으로 사용되어진 것 같다. 그러므로 경우에 따라서는 부적을 사용하면서 기도도 함께 병행한 사람도 있었다. 또 부적의 대부분은 무당과 점장이 또는 승려들에 의해 쓰여지고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기도와 전혀 관계 없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배후에는 기도라고 하는 것이 감추어져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종기나 복통 등 비교적 가벼운 병에는 먹이나 붉은 잉크로 부적을 만드는 것을 전문적인 기도사를 통하지 않고 일반적인 사람이 만드는 경우도 있다.

 부적은 크게 나누어 문자부와 도부로 구분할 수 있다.
문자부적은 <天 日鬼 弓 吉 口 王 神> 등의 문자를 단독 또는 그 중 몇 개를 조합한 것과 신명과 인명 그리고 물건의 이름등을 나열해 놓은 것이다. 그리고 그림으로 된 도부는 태양, 얼굴, 소용돌이, 사각, 탑, 천체, 손, 번갯불 등의 모양에다 문자를 배합한 것이다, 여하튼 문자부, 도부는 모두 귀신을 퇴치시키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임에 틀림없다.

 부적을 쓸 때는 종기와 같이 직접 피부 위에 쓸 경우에는 먹으로 하지만 그 외의 경우에는 모두 붉은 것으로 한다. 만약 붉은 것이 없을 경우에는 붉은 종이에 먹으로 쓴다. 그리고 부적 중에 가장 바람직한 것은 그것을 노란 종이에 주사(朱砂)로 쓰는 것이다. 이 붉은 것으로써 부적을 쓰는 것은 붉은 색깔이 지니는 가치보다는 오히려 붉은 색, 적색이 마귀들이 무서워하는 위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적색은 불을 상징하고 양을 나타내는 것이다. 그러므로 옛부터 악귀를 쫓고 행운을 부르는 데 효과가 있다는 신앙이 있었다. 특히 악귀는 붉은 것을 싫어한다는 신앙에서 악귀를 없애는 부적에 적색을 내는 주홍색을 이용했을 것이다. 부적은 문에 붙여 악귀의 침입을 막거나 방안에 붙여 병귀를 무리치고 병든 사람의 배나 등에 붙여 병을 낫게 하는 데 사용한다. 그러나 그 주요 목적은 어디까지나 병귀를 물리치는 데 있다. 그 목적을 위해서는 구태여 붙여서 사용할 필요도 없다. 따라서 이를 직접 삼키거나 태워서 그 재를 마시는 자도 있는 것이다. 그 목적이 병귀를 퇴치하는 데 있기 때문에 병자에게 이를 붙여 낫게 하는 간접적인 방법보다 이를 태워 마시는 직접적인 방법에 의해 그 효력을 직접 악귀에게 영향을 주고자 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 이 같은 사고에서 부적을 붙여 사용하는 방법 이외에 마시거나 먹는 방법도 생겨나게 된다.

 이 부적을 복용하는 관념은  < 병에 걸렸을 때 부적은 귀신이 싫어하는 것이라 하여 복용한다> 는 의미이다. 즉, 부적을 마셔 병귀를 퇴치하는 신앙은 약을 복용하는 방법과 공통되는 점이 있다.